이 글은 독도가 우리나라의 영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적는 글이 아니며, 글로벌 기업인 Microsoft가 '정말로 일본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주의해야 했었던 일에 대해 적는 글입니다. 부디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나지를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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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7년 12월 4일, XBOX LIVE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유저 프로필 기능이 강화되었다. '이름'과 '나라와 지역', '자기 소개'의 3 종류의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 '지역' 부분에 '다케시마 (竹島)' 라고 입력하면 「이용하실 수 없는 단어 (특정 나라와 지역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될 수 있는 단어) 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에러 메시지가 나온다. '독도 (独島)'라고 입력하는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케시마' 뿐만이 아니라 '만주 (満州)' 나, '센카쿠 열도 (尖閣諸島)', '중화민국 (中華民国)' 등의 단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방송 금지 용어들도 상당 수 제한되어 있다. (이상 わぱのつれづれ日記 블로그에서 인용)
이 문제는 일본의 2ch에서 처음 레포트된 이후 매스미디어에서 보도 했고 (후지 TV도 포함) 현재는 시마네현에서 일본 외무성에 항의를 한 상태라고 합니다. 한국의 국민일보는 '오랜만에 가슴이 훈훈해지는 뉴스'라는 네티즌의 의견을 함께 보도했으며 이것은 다시 일본으로 빠르게 전파, 사태는 확산됩니다. 이후 사태가 커지자 일본 Microsoft에서는 급히 아래와 같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고객 여러분께
늘 Xbox 360® 을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Xbox 360 의 온라인 서비스인 Xbox LIVE® 의 일부 문자 입력 필드에서 부적절한 입력 체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판명되어 현재 수정 작업에 착수해 있습니다.
본건에 관해서는 고객 여러분들께 혼란을 초래해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회사
홈 &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
그리고 12월 8일, 토요일 시점에서 '다케시마'의 입력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만주'나 '센카쿠 열도', '중화민국' 등의 입력은 불가능합니다. (추가) '센카쿠 열도'의 입력도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뭔가 원칙도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분위기.
항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사장이 한국계인 셰인 킴(Shane Kim)이라서 이렇게 되었다는 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글로벌 기업에서 저 정도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이 이런 뻔한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을리는 없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다만 현재는 J-Cast news나 Yahoo! news 등 모든 매스미디어로부터 삭제되어 있지만, 사건이 터졌을 때 바로 나온 일본 MS 의 코멘트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인위적인 실수가 있어서...' 였기 때문에 오히려 개발진이나 담당 부서 쪽에 있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회사를 말아먹기로 결심한게 아닌 이상 그럴리도 없겠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고객 센터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던 금지 워드를 글로벌 스케일로 모아서 검토를 하고 그 워드들을 전부 필터링을 했다는 쪽이겠지요. 그 와중에서 왜 독도는 되고 다케시마가 안 되는 걸로 결정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문제는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한 MS의 정책이 불투명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필터링 워드가 결정되었고, 왜 그 워드들이 필터링되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진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번 경우에 한해서 일본 MS가 고를 수 있었던 가장 문제가 없는 솔루션은 양 쪽을 다 막던가, 아니라면 양 쪽을 다 푸는 것이었습니다. 탑 다운 메뉴에서 고르는게 아니라 자유롭게 입력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양 쪽을 다 푸는 것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문제 없는 솔루션이죠. 양 쪽 다 풀었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구요. '이 부분에 관해서 유저의 입력을 제한해야 하는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면 되는걸요. 무능하다고 욕은 먹어도 그 이상의 욕은 안 먹었겠죠. 한/일 어느 쪽으로부터도.
그러지 않고 '최소한 일본에서' 다케시마의 입력을 막으려면 독도도 막았어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독도의 입력을 막을거라면 다케시마도 막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정 반대. 일본에서 '다케시마'의 입력을 막고 '독도'만을 허용했죠.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런 판단이 있었다면 원래 의사 표명 느릿느릿하기로 유명한 일본 MS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인만큼 저렇게 빨리 깨갱하진 않았겠죠. 불투명한 일처리가 빚어낸 실수겠지요.
구글이 '검색 결과에 결코 인위적인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철학을 내팽겨치고 중국 정부가 하라는대로 '천안문'에 대한 각종 검색 결과를 막았던 것처럼, 일본 MS도 일본 시장을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좀 더 영리하게 일처리를 했어야 했습니다. 구글은 구글 맵과 구글 어스에서도 나이스한 일처리를 보여주는데요. 구글 맵은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시하고 독도는 너무 작아서 나오지 안습니다(!). 그리고 구글어스는 무려 독도를 'Liancourt Rocks'라고 표시하는군요. 납득은 안 가지만 그래도 분통이 터지지는 않는 선택지. 역시 구글은 다릅니다.
에ㅡ또. 구글 이야기를 하다보니 잠시 신이 났는데 다시 돌아와서;; 역사/민족/종교에 관한 이슈는 법적인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면 중국이나 일본 양쪽 모두에 수출할 수 없을 겁니다. 1000년 이상된 옛날 일이기 때문에 저작권의 문제나 어떤 종류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쪽 국가가 '홍보하고 있는' 역사관과는 충돌할테니까요. 종교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XBOX로 발매되었던 『격투초인』이 게임의 BGM에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의 일부의 음성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이슬람계의 반발에 직면해 결국 전세계에 풀었던 모든 물량을 회수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각각의 나라에 대해 다른 대응을 하거나, 그나마 문제가 최소한으로 발생하는 제 3의 선택지를 꺼내는 것. 그것을 위해 로컬라이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각 지역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 각 나라에 세워진 법인들이 그 나라의 문화, 정치, 경제, 국민 감정 등 모든 것을 이해해서 본사에 정확한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본사는 그것을 바탕으로 각 나라에 세워진 법인들과의 논의를 통해 각 나라에 맞는 가장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것. 그것이 글로벌 기업이 가져야 할 스탠다드라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글로벌 기업이 굳이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르쳐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겐 그런 책임이 없어요. 오히려 올바른 교육을 하고, 올바른 홍보를 해서, 올바른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왜 '독도'가 맞고 '다케시마'가 틀렸는지, 왜 '일본해'가 틀리고 '동해'가 맞는지를 세계에 알려야 하는 건 우리 스스로이지, 글로벌 기업이 먼저 그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래주면 고맙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도 하나의 기업. 결국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한 쪽편만 들어서는 다른 쪽에서 버틸 수 없고, 결국 이번처럼 꼬리를 내리게 될텐데 그러면 사태에는 전혀 진전이 없고 양국의 해묵은 감정만 재확인하게 될 뿐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일본 MS도, MS본사도 이번 사태에서는 커다란 실수를 한 것으로 기록되겠지요.
그런데 일본 MS가 처한 문제는 일본의 사회 통념 상 이번 사태가 여기서 종료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에 있습니다. 달랑 사과문 한 장과 수정 패치만으로는 안 끝난단 얘기죠. 서양에선 '책임이 없는 것에 대해선 분명히 책임이 없다'나 '내 잘못 아니거든?' 같은 식으로 명확히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올바른 행위입니다만 일본에서의 그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일본 MS도 비싼 값을 치루고 배웠습니다. XBOX 디스크의 원인 불명의 스크래치가 일어났을 때 며칠이나 지나서야 겨우 나온 코멘트가 '아~ 우리 잘못 아니거든요?' 였습니다. 그 코멘트가 나오자마자 그나마 중립을 지키던 언론과 사람들도 완전히 적으로 돌아서고 계속 두드려맞고... 결국 문제를 일으킨 본체에 대해서 무상으로 본체를 교환해주기로 했지만 이미 사람들의 관심은 차갑게 식었었죠.
그런 일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최소한 기자 회견이나 그에 상응하는 뭔가의 퍼포먼스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소한 지금 당장 화를 내고 있는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뭔가는 보여주겠지요. 물론 모든 일본 사람들이 다 MS 죽어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국은 한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일본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며 MS의 문제는 한 쪽의 말만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의 나름 객관적인 코멘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딜가나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기는 것처럼 신나서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달래는 것 역시 일본 MS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당장 오늘 발매 2주년 기념 이벤트가 개최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코멘트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많은 일본의 XBOX 팬들은 '분위기를 읽지 못하기로 유명한 MSKK가 (일본에선 MSKK라고 씁니다. MicroSoft Kabushiki Kaisha (주식회사) 의 약자라고 하네요) 제발 불에 기름을 붓지만 않아줬으면' 하면서 간절히 빌고 있네요. 일본에선 제일 중요한 시기인 연말 상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과연 일본 MS는 어떤 코멘트를 할 것인지. 그리고 XBOX360의 판매량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주목하고 싶네요.
불쌍한 MS. 1년을 기다려서 겨우 『로스트 오딧세이』가 나왔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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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by 두리뭉 at 2007/12/09 09:27 /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레몬펜이란게 이렇게 쓰는 거군요. 괜찮네요.
댓글 대신 펜으로 그엇습니다.-
Reply by 거북거북 at 2007/12/09 09:47 / Permalink / Modify/Delete
레몬펜 제법 컨셉도 괜찮고 좋은 것 같습니다. +_+
저도 레몬펜으로 덧글을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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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by 화늬 at 2007/12/09 11:23 /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뭐 일본사람들은 우리만큼 독도에 민감하지 않을테니 판매량에 큰영향은 없을거 같은데...
우리나라였으면 바로 불매운동이지만...-
Reply by 거북거북 at 2007/12/09 22:57 / Permalink / Modify/Delete
그래도 엑박 삼돌이의 일본 유저층은 일반인들보다는 좀 매니아층이 많아서 주로 2ch이나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그 쪽 분위기들이 삭- 차갑게 식었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가 있을 때까지 글을 비공개로 돌린 사람도 있고 -_-a
매스미디어에도 보도가 되서 아무튼 나쁜 이미지가 생겨버린것만큼은 확실한 거 같아요.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좀 두고봐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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